1. 우선 먼저 설명하고 가면,
일단 어제는 확실히 인플레이션보다는 전쟁 리스크가 더욱 크게 작용했던 날임. 뭐 장기적인 관점에서야 "전쟁은 핑계고 인플레이션은 본질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데, 단기적 관점에서는 전혀 맞지 않음.
어제는 전쟁 리스크로 인해서 블라드 총재의 강력한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10년채 금리가 7bp 가까이 하락했음. 단기채 또한 하락했음. 장단기채 스프레드 또한 기존 0.450 수준을 유지하다가 전쟁 중에 0.5~0.6 까지 벌어졌고, 금은 상승하고 원자재는 하락했으며, 금리 인상에 대한 예측도도 계속 금리 상승 속도 둔화로 이동하고 있었음. 이것만 보면 위험 해소 국면으로의 이동이 더 맞지.
그런데 왜 성장주는 박살이 났냐고 물으면, 평화로운 시기였으면 성장주로 이동했어야할 자산이 모조리 채권, 금, 필수소비 등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동함 (물론 전쟁 리스크 뿐만 아니라 가이던스 둔화에 대한 의구심도 강하게 작용했을 것임). 특히 금 같은 자산은 금리 인상에 가장 쳐맞기 쉬운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현금 흐름이 금으로 갔다? 전형적인 공포에 의한 위험회피 현상이 발생한거지.
1,800 박스에 갇혀있던 금이 온스당 1,900달러까지 상승했고, 어제의 폭락장에서도 유일하게 필수소비재나 천연가스 관련 포트, 유틸리티 등만 견고하게 유지하였음.
[S&P500 일일 트리맵]
"인플레이션이 본질이야!"를 외칠 수도 있음. 나도 장기적으로는 전쟁은 단기적 재료일 뿐이고 인플레이션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생각을 부정하지는 않음. 그런데 이런걸 자신있게 이야기할 때는 나의 감이 아닌, 백데이터를 믿어야함.
2. 다시 블라드 총재 인터뷰에 대해 보면, 이번에 가장 주의깊게 봐야할 키워드는 "중립 금리" 임. 간단하게 중립금리란 경제적 타격이 없는 수준의 최대 금리 정도로 보면 됨. 물가의 상승이나 하방 압력 없이, 경제 성장률은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블라드 총재는 기준 금리를 중립 금리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지금 경제 성장률 올리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단계의 진입을 시사하는 발언임. 이게 왜 세냐고 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금리를 보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올 거임.
미국은 역사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방을 찍었던 시즌이 10번 있음. 그 중에 인플레이션 관련 이슈가 확실히 포함된건 이번을 포함해서 3번 있었음.
1973년 1차 오일쇼크.
1979~1981년 2차 오일쇼크.
2022년 인플레이션.
1991년 걸프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CPI의 반등이 있었는데 전자는 전쟁으로 인한 지표 왜곡, 후자는 부동산으로 인한 지표 왜곡 쪽에 무게를 더 실어야 한다고 봄.
여튼, 금리는 역사적으로도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성장률을 방어하는 수준에서 늘 움직였단 말이지. 그런데 지금 블라드 총재는 저 경제성장률의 잠식을 각오하면서까지 금리를 움직여야겠다는 강한 스탠스의 발언을 한 것임.
3. 여기까지만 보면 좆된거 같지? 그런데 자세히 까고 보니 아니었음. FOMC 중립금리 추정치 중간값이 2.5% 인데, 블라드 총재는 2.0% 로 잡고 발언했거든. 그런데 이 기준값에 대해서 한국은 확인한 사람이 없었으니까(전문가들은 다 자고 있었지), 당연히 2.5% 이상의 금리, 즉 3% 대의 금리를 생각했고 이러면 상당히 심각해짐.
- 현재 중립금리는 2.0% 니까, 기준금리를 2.5% 까지 올려야 합니다.
- 현재 중립금리는 2.5% 니까, 기준금리를 3.0% 까지 올려야 합니다.
의 무게감의 차이라고 보면 됨. 이러니 시장의 반응도 영 뜨뜨미지근 했던 것이고, 특정 리포트는 오히려 블라드치고 약하게 말했네? 라는 여론까지 나왔을 정도였던거임.
4. 물론 2번에서 상술했다시피 저게 공격적인 발언이 아닌건 아님. 저 발언은 이제 "지금은 경제성장보다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돼"를 외친 것과 같음. (오히려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저렇게 살살 돌려 말한 것이 아닐까 싶네.)
5. "금리 7월까지 4번 올려서 100bp 올려야 되요, 3월에 한 번에 50bp 올려야 되요." 이거는 늘 하던 말이니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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