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시간 남아서 아주 잠깐 글써봄
필자 직업이 차량 열관리쪽이고, 이게 전기차와 수소차에서는 굉장히 중요해서 이쪽에서 일하고 있음.
과거엔 내연기관 열관리 하다가 이쪽으로 넘어온 케이스.
전공이 이쪽이다보니 줏어듣는거도 좀 있고, 어느정도 추진방향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함.
1. 전기차 배터리
ㅡ 전기차 배터리를 이야기하면 좋던지 싫던지간에 테슬라를 이야기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전기차는 기존에 시장에서 메타가, 신개념 배터리가 나올때까지 존버하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왜냐면, 제일 문제가 충전횟수에 따른 derating이 감당이 안됐기 때문임.
스마트폰 배터리도 쓰다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500회 충방전 반복이면 사실상 수명이 끝난다고 본다.
그래서 스마트폰 수명이 2년을 목표로 설계됨.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는게 돈이 되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술의 한계임.
배터리를 탈부착으로 교환하던 시절이면 모를까, 지금처럼 일체형에서는 배터리를 기준으로 나머지 부품들의 수명을 맞춤.
근데 전기차용 배터리는.. 과거 전기차 주행거리가 100~150km 가던 시절에 500회 충방전일 경우
대충 1~3일에 한번씩 충전해야 하고, 이러면 차량 수명이 3년 안팎이 됨.
자동차로써는 용납이 안되는 일이지.
그래서 완성차 업체들이 다들 차세대 배터리가 나올때까지 존버를 하려 했는데...
테슬라는 재밌는게, 도요타에서 한수 배웠다.
도요타는 리튬이온 이전에 니켈메탈 배터리를 푸시한적이 있다.
물론 지금관점에서 보면 리튬이온에 쳐발린다.
도요타는 니켈메탈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었고, 지금까지 손실로 알려져왔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자동차 배터리에 니켈메탈이 리튬이온보다 많이 쓰인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를 존나많이 팔아치웠거든.
테슬라가 여기서 영감을 얻은거다.
아, 리튬이온도 존나많이 팔아치우고, 존나많이 때려박으면 차세대고 뭐고 좆깔수가 있구나, 하고.
그래서 테슬라는 배터리를 다른 전기차업체들이 20kWh 정도 때려박을때 혼자 80kWh를 때려박았다.
와! 4배 많은 배터리! 4배 긴 주행거리!
이렇게 쓰니 충전을 4배 덜 해도 되고, 수명이 4배가 연장이 된것이다.
어찌됐던간에 이건 실생활에서 써먹을수는 있는 차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열관리나, 배터리의 밀도 관리 등 설계가 돋보이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이렇게 단순한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때마침 전기차의 엄청난 보조금 (배터리 업체, 차량 제조사, 소비자까지 전부 받는 보조금을 합하면 차량당 3천만원 가량이나 된다)을 등에 업고 순식간에 확장됐다.
전기차는 현재 보조금으로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대량생산 체계로 넘어가서 단가가 줄어드는 만큼, 실제로 보조금도 빠지고 있어 차량 가격이 다운될 가능성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인프라 확충은 익히 잘 알려진 문제이니 패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전기차도 이제 어느정도 승용차량의 일부를 가져갈 포텐셜은 충분히 확보되었고,
앞으로 비중은 모두의 예상대로 늘어날 것임.
뭐 흥미로운 사실은 2022년 현재 전기차 점유율은 2010년쯤에 꽤나 확충을 보수적으로 잡던 사람들의 예측수치와 비슷함.
그때 공격적으로 잡던 사람들은 2022년에는 80%가 전기차일거라 말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 현실은 대충 전기차 비중은 2~3%임.
기존차들이 폐차되면서 점점 비율은 높아지겠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확산은 더디다.
물론 연구분야는 존나 공격적이므로, 거의 전기차 수소차 빼고는 연구가 중단된 상태라 봐도 무관.
2. 수소차
전기차와 수소차는 생각외로 병행해서 클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는 생각보다 존나 무거운 물건인데,
대충 차량용 배터리가 500kg 정도 나간다.
엔진+변속기 무게가 다 합해도 200kg 내외였던걸 감안하면, 모터 + 배터리의 무게는 이거의 3배 수준임.
문제는 이게 승용기준이지, 상용차량(트럭, 버스)으로 가게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3톤급 화물차량의 경우, 이걸 배터리로 만들면 적재공간이 심각해진다.
유럽에서 제법 팔아먹었던 전기 화물차량인 e-두카토의 경우, 3.25톤짜리 전기트럭의 대략적인 스펙이
최대속도 시속 100km, 적재중량 800kg (?), 주행거리 150km (??) 수준이다.
이건 배터리의 무게가 존나게 무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배터리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차량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더 많은 출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대형차량의 경우 수소차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 연료전지는 하나의 시스템이 내는 비출력이 전기차량보다는 우세하니까.
비출력(중량 대비 출력)이 중요한 분야는 생각보다 몇군데 더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선박들과, 공중에 날아다녀야 하는 드론 분야가 있다.
이런 분야들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들이 우세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생각보다 충전소를 만들기 어렵다.
수소는 현재 고압 가스용기에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압력이 높다.
현재는 700 bar 정도(대기압의 700배)로 저장하는데, 이걸 저장하는 용기에 가스를 공급하는 충전시설은 이것보다 압력이 훨씬 높아야한다.
그래야 가스가 밀려들어가니까.
그래서 수소충전시설은 충전 전에 압력을 올리는게 필요하다.
(짤은 수소 충전중에 얼어붙는 충전 노즐)
또한, 압력이 이렇게 높을 경우, 수소탱크로 주입될때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내려가는 감압이 이루어지고,
기체가 감압이 되면 보통 엄청나게 심한 냉각이 일어난다. 애시당초 에어컨 원리가 이거니까.
그래서 수소 충전 시설들은 충전을 하려면 충전기가 얼어붙지 않게 가열을 해줘야한다.
지금 주유소 주유기 같은게 엄청난 고압을 버티면서, 얼어붙지 않게 가열까지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충전시설의 설치, 그리고 유지관리가 굉장히 어렵다.
근데 왜 수소? 라고 생각할수 있다.
이런 충전시설 확충이 어렵다곤 해도, 앞서 말한것 처럼 드론같은 미래에 파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분야에는 사실상 수소가 우세할 것으로 보이고,
또 어쨌든 인프라가 많이 설치되어야 이런 분야의 확장도 될 수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가 된다.
그래서 대체로 시설은, 특정 스테이션을 반복적으로 왕복하는 차량들을 위주로 확충되고 있다.
예를들어 쓰레기 수거차량(소각장에서 장시간 대기), 버스 (차고지가 일정), 택배차량 (물류센터 장기간 상하차를 위해 대기) 등
상업용 차량은 차고지 한두군데에만 충전시설을 대규모로 설치해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고,
실제로 상용차량에서는 또 수소가 경쟁력이 있기도 함.
이래서 수소는 대체로 전기차와 병행해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중임.
실제로 내연기관 차량도 승용차량 2 : 상용차량 1 정도의 비율로 판매되니, 이쪽 판매량도 적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중이기도 하고.
뭐 현대측에서 얼마전에 제네시스 라인업 연료전지가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세간에 알려진거랑은 좀 이야기가 다르기도 함.
너무 자세하게 말할수는 없지만, 원래 연료전지로 드라이브 걸던 윗대가리가 너무 뻥튀기를 해서 그거만 두들겨 맞는 수준이라 생각하는게 나을듯.
실제로 연료전지쪽 업무를 포기한건 아니고, 라인업 재정비 같은 느낌임.
여하튼 대충 생각나는거만 짧은 시간에 두서없게 적긴 했는데
요즘 업계 분위기는 이렇다고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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