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

[정보글] 100년 역사 관점에서 지금은 버블인가?

다이센 2021. 2. 21. 21:52

 

 

다른 사이트에서 쓴건데 그냥 여기도 올리는게 좋을거 같아서 써봄.

 

 

- 여기는 글 못읽는 개붕이들이 많으니 3줄 요약

 1. 80년동안 자리를 지켰던 고전 지표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붕괴되었다. 하지만 경제는 망하지 않았다.

 2. 정말 지금의 상태가 뉴노멀이 될지, 아니면 하이먼 민스키의 '새로운 논리 탄생' 일지는 조만간에 결정난다.

 3. 다만, 후자라면 경제대공황 버금가는 위기는 각오해야한다.

 

 

----------------------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 경제는 거품이다, 아니다' 로 싸우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실겁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거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히스토리 관점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1. ~1930: 모멘텀 투자의 시대]
19세기의 투자는 적정 가치보다는 모멘텀의 시대였습니다.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주식이 오르기 때문에'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때였죠. 물론 재무제표를 보고 재무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과정 정도는 존재하였지만 사견이 많이 개입되는 시대였고 '적정 가치', '재무 건전성'이라는 표현은 트레이더의 의사 개입에 대부분 결정되던 때였습니다.

그 덕분에 이 시절에는 저명한 모멘텀 투자자들이 대거 나타납니다. 단기 투자의 아버지인 제럴드 로브와, 공매도 투자법의 창시자인 제시 리버모어가 등장합니다. 제럴드 로브는 "시장의 흐름은 환희와 공포가 결정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오르면 공매도를 치고, 내리면 공매도를 상환해서 주식을 매입한다" 라는 공매도 투자의 기초이론을 다졌습니다. 천하의 벤저민 그레이엄도 이 때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를 추종하다가 실패했던 이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경제대공황이 도래하면서 완벽하게 붕괴되고 맙니다. 재무가 건전하지 못한 기업들이 그냥 망해버리는거죠. 대응할 시간도 없이 정말 순식간에 무너져버립니다. 방향성이 우하향과 횡보로 내리꽂는 시장에서 모멘텀 투자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2. 1930~1960: 가치 투자의 출범과 퀀트의 서막]
경제대공황이 끝났을 때 놀라운 사건이 하나 일어납니다. 신용평가기업인 무디스가 선택했던 기업들은 경제대공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던거죠. 그 비결은 '재무 건전성' 입니다. 튼튼한 기업들은 위기가 와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내구성이 있었고, 동시에 어떻게 하면 대공황이 끝나고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청사진이 있었죠.
동시에 이 시점에 기업의 저평가가를 노리고 저점에서 매입한 투자자들, 즉 '가치 투자'를 지향한 투자자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절에 등장했던 것이 바로 가치 투자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입니다.

그리고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경제는 호황을 맞이하였고 수많은 가치 투자자들이 양지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윌리엄 오닐, 필립 피셔 등 유명한 투자자들이 이 시기에 나타난 사람들이죠.
이 가치 투자자들은 '투자 적정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하고 빠르고 확실하게' 재무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까?" 라고 말이죠.

그들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 버는 돈이 얼마인지, 이 회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그게 단기적으로 내려간 것 아닌지 혹은 그게 저평가가 되어있는건지" 보는 것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을 발행 주식수로 나누는 EPS, 그리고 이 EPS를 주가로 나눈 PER의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퀀트 투자입니다.


[3. 1960~2010: 퀀트, 주가의 적정성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1960년대 이후는 말그대로 퀀트의 전성기였습니다. PER 뿐만 아니라 PBR(주당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EV/EBITDA(기업 시장가치) 등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지표들을 섞어서 관측하면 이 기업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후 종목을 Sorting 한 뒤, 재무를 분석하여 투자를 진행하면 더욱 수익률을 극대화시키고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상술한 워렌 버핏, 피터 린치, 윌리엄 오닐 등은 이런 지표를 늘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지표는 21세기가 오기까지 몇 십년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High PER를 유지하던 기업들은 그 흐름을 길게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되었습니다. ROE가 낮은 기업들은 결국 성장성이 정체되었습니다. 엉덩이 무겁게하고 기다리면 결국 PER이 꺾이는 Cycle 이 나타나고 가치 투자자들은 이 천금같은 기회에 다량의 주식을 매입하였습니다. 결과는 언제나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이 우리의 시대에 종결을 논하고 있습니다.


[4. 2010~2020: PBR 시대의 종결과 무너지는 고전 지표들]
하지만 2010년이 도래하면서 이러한 흐름에도 위기를 맞이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맙니다. 불패신화였던 미국의 부동산과 수많은 경제 지표가 말그대로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고, 그 피해액은 추산조차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해답이 안나오는 과정에서 미국은 [양적 완화]라고 불리는 검증이 되지 않은 카드를 꺼냅니다. 당장 살고 봐야되는게 맞았으니까요.

유동성이 기업에게 말도 안되게 공급되면서 슬슬 PBR이 이상해집니다. 국가에서 돈을 무제한으로 공급해주다보니 미국 기업들의 PBR은 비정상적으로 펌핑되기 시작합니다. 현재 미국 시장의 상승을 주도한 나스닥 기술주들은 PBR이 10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술한 가치 투자자들이 PBR의 적정 가치를 1 이하로 판단했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였죠.

많은 투자자들이 이 시기에 버블 우려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상, 파산해서 자연스럽게 퇴화했어야할 기업들이 국가의 자본 아래에서 살아남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양적 완화가 종결되는 시점에 미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양적완화가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5년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설의 닷컴버블 전고점을 추월하여 나스닥은 10,000 을 목표로 향해 상승하였습니다.


슬슬 느낌이 이상합니다. PBR은 EV/EBITDA, ROE, PER과 함께 4대 지표 급으로 신뢰성을 입증받은 지표였습니다. 퀀트 투자 저서들만 보아도 PBR 지표의 성공률/수익률은 시대에 따라서 PER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지표가 정말 개판 5분전으로 가버렸는데도 시장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충분히 들만했죠.

※ 물론 이 흐름에는 정보화 시대도 한 몫을 하였습니다. 개인 PC와 인터넷 공급, 그리고 아이폰 출범 이후, IT 시대가 열립니다. 개인들과 기관들에게 정보 접근성이 말도 안되게 좋아졌습니다.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도 HTS 접속해서 클릭 몇 번 하면 시가총액 얼마 이내, 영업이익 얼마 이내, PER 낮은 순, PBR 높은 순 Setting 해서 줄세우기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동안 펀드사, 증권사들 고유의 평가 지표였던 것들이 이제 구글링 몇 번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지표들이 낮고 성장성이 보인다? 이걸 24시간 프로그램으로 모니터링하는 증권사들이 먼저 볼까요? 개인이 먼저 볼까요? 우리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도 하기 전에 증권사들의 프로그램이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주식을 매입해버리게 됩니다. 그걸 캐치한 개인 투자자들도 돈을 밀어넣습니다. 주가는 순식간에 상승합니다. 너무 높다 싶으면 공매도를 이용해서 주가를 내리고 심리적 저가에서 다시 매집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인은 더 이상 low PER, 고성장 주식에 투자할 수 없게 된 것이죠.


[5. 2020~, 정말 PDR의 시대가 오는가?]
기존에도 기업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이용하여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손정의 펀드가 있죠. 우버, 쿠팡, 위워크 등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스타트업에 어마어마한 자본을 공급하던 때였죠.

하지만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이 상황에 기름을 부어버립니다. 상상 이상의 경제 피해를 입혔고, 미국은 사실상 현대 통화이론(MMT)을 도입하면서 상상 이상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합니다. 수 천 조원의 자본을 공급하여, 기업의 파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그 결과 고전 지표들의 붕괴 속도는 가속화됩니다.

흑자를 낸 적 없는, 적자 덩어리 기업들이 성장성 하나만으로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은 유동성을 이용하여 분기마다 매출을 30% 씩 올려댑니다. 이 기업이 어느 시점에 흑자를 전환해서 돈을 벌지는 모릅니다. 기업의 가치가 꿈과 희망으로 결정되는, 기존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때가 온 것입니다. PDR(Price to Dream Ratio)의 시대죠.


당연히 버블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10원짜리 하나 못 버는 기업이 그냥 빨리 성장한다는 이유로 주가가 말도 안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포트폴리오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가 흑자 전환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언제까지 얼마를 벌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은 예상치들 뿐입니다. 즉, 그냥 투자자의 꿈과 희망만 가득할 뿐입니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버블 논란을 단 한 마디로 일축합니다.

"그동안 안망했잖아?"

저기서 더 할 말이 없습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유동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매년마다 망한다, 경제위기 온다고 외쳐대는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결국 위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황당하게도 위기는 정말 뜬금없이 전염병에서 터졌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위기는 1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만에 해결되었고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6. 뉴노멀인가? 버블인가?]

지금 이 흐름이 사상 최악의 버블이 될지, 아니면 뉴노멀의 시작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버블을 논하는 분들의 의견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동안 '고전 가치 투자'란 지표는 80년째 불패 신화였습니다. 그 관점에서 지금의 지표들은 말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2010년도 말이 안됐는데, 2020년은 황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버블들은 길어도 10년 안에 꺼지고, 가치 투자 지표에 맞게 리밸런싱이 진행되었습니다. 80년동안 틀리지 않은 지표가 이제 와서 틀릴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아, 그렇구나.' 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뉴 노멀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미친듯이 넣어주고 있는지 거의 13년이 되었습니다. 2020년까지 나스닥은 기간동안 9배가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자 1년만에 나스닥은 9,000에서 14,000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럼에도 버블은 붕괴되지 않고, 시장은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이 유동성을 회수하면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그냥 세계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고 버블이라 외치는 가치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를 상대로한 인질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맞는 말이죠.)
고전 가치투자자들은 '기회는 온다' 라고 기다린지 몇 년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기회가 안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뉴 노멀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감이 충분히 지배할 시간이죠. 워렌 버핏마저 본인의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스타트업 IT기업과 금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필립 피셔의 아들, 켄 피셔는 아버지와 달리 진작에 유동성이라는 흐름에 편승하며 2015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지 않고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2010년부터 붕괴된 고전 지표 흐름 대한 해답은 이제 10년 안에 나올 것입니다. 아무쪼록 모두가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