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

조선 관련 포트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

다이센 2022. 2. 9. 23:15

 

 

알다시피 조선업은 수주의 실적 반영이 상당히 늦게 나옴. 수주받아서 계약금 받아서 배 하나 건조하고, 그거 인도하는데만 몇 년은 소요되는 장기 플랜형 사업이기 때문임. 그렇다보니 실적의 반영이 회계 처리에 따라 너무나도 달라짐.

 

그런데 솔직히 이거 감안해도 너무 이해가 안갔음. 조선붐은 온다 외친지가 지금 5년이 넘었고 아무리 장기사업이라지만, 몇 년째 적자 면하지 못하는건 너무한거 아니냐는거지. 그래서 삼성중공업 다니는 형님한테 조심스레 물어봄.

(삼성중공업 기준이라서 다른 조선 기업와는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음.)

 

 

1. 무리한 저가 수주

 중국의 저가 선박으로 인하여 중공업이 불황이었던 점은 모두 인지하고 있을 거임. 문제는 그동안 한국 조선업도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를 따냈음. 당연히 저가 수주는 매출 펌핑에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윤이 나냐 물었을 때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 있음.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1,000원짜리 고잉메리호를 팔았을 때 100원의 이익이 나. 그런데 이걸 똑같이 만들되 할인해서 800원에 팔면 80원 이득이 날까? 절대 아님. 이익의 손실은 절대값이겠지. -100원임. (물론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예시를 위해 써봄)

 

 그럼 결정권자는 멍청하게 누가 봐도 적자날 것 같은 수주를 재가해줬냐? 그건 아닐 거임. 다만, 상술했다시피 어차피 선박 건조는 장기 사업이고 원자재 가격이나 계획 변경에 따라 비용 차이가 계속 발생할 수 있음. 처음 계획서에는 이윤이 날거라고 이야기했겠지. 하지만 짓다보니 A가 안되요, B가 안되요 외치면서 서서히 이윤을 까먹다가 적자로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았을 확률이 높다는 것.

 

 동시에 무리하게 저가 수주를 하면서, 회사의 Capa 이상의 수주 물량을 따내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함.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알겠지만, 회사가 적자 전환하는 것만 문제가 아님. 1조 벌던 기업이 9,000억 벌어도 역성장 발생했다고 난리나잖아. 그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무리하게 수주 물량을 따냈고, 그 결과 인도가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손실금은 그대로 재무에 반영되었음.

 

 

 산업스파이 새끼들도 아니고 이딴 짓을 왜 하냐고? 어차피 결정권자인 임원들은 배 다 지어지는 기간동안 진급하고 보직변경되서 다른 일하러 갈 확률이 높거든^오^. 그 순간부터 "나는 길 잘 닦아놨는데 니들이 못해서 적자난거다" 라는 책임 넘기기가 가능해짐. 그 다음 사람은 또 똥을 치울 수 없으니, 급하게 다른 걸로 덮어야하고 다다음 사람도 덮어놓은게 뚫리면 또 다른 걸로 덮어놓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함.

 

 

2. 페트로브라스 드릴쉽

 이건 삼성중공업 한정. 한창 고유가로 정유사들이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씹어먹던 시절에 드릴쉽 수주가 조선업의 요긴한 먹거리였다고 함. 당연히 정유사들도 이익을 내기 위해서 석유 채굴을 하기 위한 드릴쉽 수주를 늘렸음. 그런데 셰일가스 혁명이 터지면서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부패가 모조리 까발려지기 시작함. 특히 기업윤리 개나 주는 개발도상국, 브라질의 부패가 심했고, 거기에는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수수도 있었음.

 

 그런데 삼성중공업이 뇌물 줘서 수주한 것도 밝혀짐. 당연히 벌금은 몇 천 억 단위였음. 벌금이야 내면 그만인데 문제는 그 조사기간동안 뇌몰 주고 만든 드릴쉽이 인도되지 못함. (참고로 드릴쉽 가격은 한 대단 천 억 단위를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고 함.) 배가 돈도 못받고 인도도 안됐으니 당연히 재무 상에서 감가상각으로 비용으로 반영되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조선업이 먹고 있는 상태. 지금 그 드릴쉽이 몇 십 대가 있다고 함.

 

 

3. 반도체 붐으로 인한 인력 이탈

 국내에서 반도체 업계의 대호황, 그리고 배터리 업계도 급상승하면서 조선업 인력들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함. 막말로 용접공들은 목숨걸고 배 만드는 것보다 반도체, 배터리 생산시설 쪽으로 빠지는게 돈도 훨씬 받고 안전도 훨씬 이득임. 그렇다고 조선이 그 인력들의 유출을 돈으로 막을 정도로 재력이 되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님. 반도체는 4차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어떻게 조선이 더 메리트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러면 외국인을 쓰면 되는거 아니냐? 그러면 품질이 작살남. 저품질 조선 수주의 결과물은 중국 조선업을 보면 잘 알 수 있음.

 

 

4. 인플레이션

 지금 원자재 가격 미쳐돌아서 초기 비용 자체가 너무 세짐.

 

 

 

 

 

조선업계 실적 적자 원인은 1번이 가장 크다고 하더라고. 무리하게 저가 수주로 인하여 적자 발생 + 인력 유출/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인건비와 재료비 증가.

 

조선업계가 턴어라운드하려면, 그동안 진행되었던 적자수주 물량들이 모조리 해소되어야 하고, 동시에 반도체로 빠져버린 인력들을 커버할 정도의 재력 확보가 되어야한다고 함. 대부분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소된다고 하는데 그거야 장및빛 미래고 몇 년 더 갈 수도 있다네.